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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3부6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6 삶의 끝자락을 걸으며 “엄마,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현우가 금옥을 보며 묻는다.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 듣겠어!” 금옥이 텔레비전에 눈을 고정시킨 채 대답한다. “형, TV 좀 꺼봐” 현우가 핸드폰으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현수를 보며 말한다. “TV는 왜?” 현수는 조금 떨어져 있는 텔레비전 리모컨 쪽으로 팔을 벋으며 이야기한다. “치매 걸리신 분들 한테 TV가 좋지 않다고, 그 치매 다큐멘터리에서 이야기하더만” 현우가 다시 금옥을 보며 묻는다. “뭐 드시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있으세요?” “… …” 금옥이 고개만 양 옆으로 흔들 뿐 대답이 없다. “잠은 잘 주무시고요?” “응, 잠은 잘 자” 현우의 물음에 금옥이 현우를 빤히 쳐다보며 대답한다. 현우가 현기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묻는다. .. 2023. 4. 15.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5 부끄러움 금옥은 무순과 아들들이 이사한 강남 집으로 가기 위해 청담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10월 중순의 평일, 이른 오후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큰길을 따라 가면 쉽게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갈 수 있지만, 금옥은 골목길인 뒷길로 우회하는 길을 택했다. 혹시나 빚쟁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현수 생일이 모레니까, 미역국이나 끊여 놓고 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 금옥은 무순이 준 강남 아파트 열쇠를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걷는다. ‘중학교에는 잘 적응하고 있겠지?’ 중학교 1학년이 된 첫째 현수의 중학교 입학식에도 가보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한스럽다. 골목길을 지나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서자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2023. 4. 12.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4 금반지 “떠나야 할 그 사람, 잊지 못할 그대여, 하고 싶은 그 말을 ~ “라디오에서 펄씨스터즈의 “떠나야 할 그 사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금옥은 셋째 현우를 출산한지 2개월 정도 지나니, 이제는 몸도 마음도 점점 가뿐해지고 있는 듯이 느꼈 졌다. 노래를 들으니 기분도 유쾌해지는 것 같다. “엄마 정리 그만 하시고, 이리 와서 귤 좀 드세요. 귤이 달아요” 금옥은 엄마 이춘심이 사온 귤을 까서 입에 넣으며, 부엌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 춘심을 부른다. “집이 아주 좋아. 최서방이 고생했네!” 오늘은 춘심이 무순과 금옥이 새로 이사한 신림동 집을 처음으로 찾아온 날이다. “최서방 퇴직금 받은 걸로 지은 거지 뭐, 뒤쪽 땅은 팔지 말라니까. 돈 모자른다고 덥석 팔아버려서, 아깝네” 금옥이 귤을 까서 춘심에.. 2023. 4. 10.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3 꽃길 “엄마, 같이 가. 엄마” 금옥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가 내리며, 눈을 떴다. ‘꿈인가?’ 하얀 옷을 입고, 5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손을 잡은 채, 잰 걸음으로 앞서 가는 금옥의 엄마 이춘심의 모습이 금옥의 눈에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다. ‘집에 가시나? 나도 가야 할 텐데, 돈을 챙겨서 가야지, 잠깐만, 내가 돈을 어디에 뒀더라’ 금옥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는 바지 양쪽 주머니를 만져 봐도, 돈을 넣어둔 지갑이 없다. ‘어제 입은 옷에 있나’ 옷장을 열어 바지를 하나씩 꺼내 바지를 살핀다. 옷장에 있는 바지며 치마를 전부 꺼내 확인해 봐도 지갑은 보이지 않는다. 서랍에 넣어 두었나, 옷장 밑 서랍과 화장대 서랍을 전부 뒤져봐도 없다. 망연자실해서 이불 위에 풀썩 앉으니, 방안 모습이 눈에.. 2023. 4. 7.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2 육개장 “엄마 저 왔어요” 현우가 금옥의 방문을 열며 금옥에게 말한다. “어 그래, 오랜만이네, 여기 앉아” 금옥이 덮었던 이불을 걷고, 앉으며 이야기한다. “아니 오늘 병원 가시는 날이잖아요. 준비하세요. 10시까지 가야해요. 시간 없어요” 현우가 재촉하듯 빠르게 이야기한다. “아 ~~ 그래, ~~알았어, 씻고 나올께” 금옥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며 이야기한다. “네 저는 마루에 있을께요” 현우가 금옥의 방을 나와 쇼파로 향했다. “오늘 니가 모시고 다녀오면 안 되냐?” 현수가 두툼한 패딩 점퍼를 걸치며 현우에게 말한다. “혼자 병원 모시고 가기 힘드시다고 해서, 온 거잖아요. 같이 가야지, 왜 그래요?” 현우가 생뚱맞은 이야기를 한다며 타박하듯 쏘아붙인다. “아니 그냥 한번 해본 말이야, ..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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