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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3부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2

by 조랑말림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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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

엄마 저 왔어요현우가 금옥의 방문을 열며 금옥에게 말한다. “어 그래, 오랜만이네, 여기 앉아금옥이 덮었던 이불을 걷고, 앉으며 이야기한다. “아니 오늘 병원 가시는 날이잖아요. 준비하세요. 10시까지 가야해요. 시간 없어요현우가 재촉하듯 빠르게 이야기한다. “~~ 그래, ~~알았어, 씻고 나올께금옥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며 이야기한다. “네 저는 마루에 있을께요현우가 금옥의 방을 나와 쇼파로 향했다.

 오늘 니가 모시고 다녀오면 안 되냐?” 현수가 두툼한 패딩 점퍼를 걸치며 현우에게 말한다. “혼자 병원 모시고 가기 힘드시다고 해서, 온 거잖아요. 같이 가야지, 왜 그래요?” 현우가 생뚱맞은 이야기를 한다며 타박하듯 쏘아붙인다.

아니 그냥 한번 해본 말이야, 요즘 계속 새벽에 깨어나셔서, 이방 저방 들쑤시고 다니셔, 죽겠다 아주, 잠을 못 자요 잠을현수가 날이 잔뜩 선 목소리로, 금옥방을 쏘아보며 이야기한다.

지하주차장에서 차 가지고 올라올께, 모시고 앞으로 나와, 병원에서도 1층에 내려주면, 먼저 올라가서 진료실 앞에 가 있고현수가 발 뒤꿈치를 신발에 다 넣지도 않고 현관문을 나서면서 말을 흘린다. “, 모시고 내려갈 테니 천천히 차 빼고 기다리세요현우가 현관문 쪽으로 몸을 돌려 이야기한다.

 

엄마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요?” 현우가 엘리베이터에서 1층 버튼을 누르며 이야기한다. 금옥이 현우의 팔에 몸을 의지한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입을 연다. “나를 막 때린다. 저놈이” “누가!! 형이, 어디를 때려현우가 금옥의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하자, 금옥이 왼쪽 소매를 걷으며 말한다 맞았다니까!” 금옥의 왼쪽 소매 밑으로 멍이 들었다가 사라지고 있는 희미한 자국이 나타난다. “싸우셨어, 그러니까, 화내지 마시라니까요, 형하고 형수님하고 다 힘들어하세요현우는 금옥의 왼쪽 소매를 정리해 주며,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금옥은 바닥을 쳐다보며 입을 삐죽거릴 뿐 아무 말이 없다.

 

의사선생님이 뭐라셔?” 현우가 정신건강의학과 대기 의자에 앉아 있는 금옥에게 묻는다. 금옥은 방금 진료실에서 지난 2년간 금옥을 진찰하고 처방전을 써 주고 있는 치매 주치의를 만나고 나왔다. 현수가 진료비 수납과 다음 진료 일정을 정하기 위해 5미터 정도 떨어진 간호사 데스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더니, 금옥이 나지막하게 말한다 다 한통속이야, 아들 말 잘 들으래, 참나현우가 금옥의 등을 토닥이며 말한다. “화내지 마세요

 

엄마 늦었으니까, 점심 먹고 들어갑시다.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현우가 병원을 빠져나오는 현기의 차 운전석 옆 보조석에 앉아, 뒤에 있는 금옥 쪽으로 몸을 살짝 돌리며 말한다. “글쎄금옥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하늘만 바라본다. “형은 뭐 드시고 싶은 거 있나?” 현우가 핸드폰으로 근처 맛집을 검색하며 현수에게 묻는다. “이 근처에 음식 잘하는 집이 있던가?” 현수가 병원 앞 신호를 쳐다보며 말한다. “어디로 갈지 빨리 정해!” “육개장 어떠세요, 10분만 가면 육개장 맛집이 있다는데, 엄마! 좋아요현우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금옥이 육개장, 육개장하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며, 낮게 깔린 구름 너머를 쳐다본다.

 

으 아 앵 ~, 으 앵, 으아앵방안이 현기의 울음소리로 꽉 찼다. 부엌에서 육개장을 끌이고 있던 금옥의 엄마 이춘심이 재빠르게 현기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금옥도 첫째 현수를 씻기는 둥 마는 둥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다. “이놈은 목청이 좋아, 진짜 아픈 것처럼 운다니까!” 춘심이 현기의 배를 톡톡 다독이며 말한다. “왜 쉬했어요?” 금옥이 3살난 현기에게 웃옷을 입히며 춘심에게 묻는다. “아니야, 배가 고픈가 봐금옥이 현기를 안아 들고 젖을 물린다. 갑자기 방안이 고요해졌다. 방안이 조용해지니, 부엌에서 끓고 있는 육개장에서 ~ ~”하며 김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최서방은 언제 들어온데?” 춘심이 육개장이 올려진 저녁 상 앞에서 금옥에게 묻는다. 금옥이 육개장에 있는 고기, 고사리, 파를 물에 헹궈, 현수 입에 넣으며 이야기한다. “3주 정도 후니까, 12월 초쯤 오겠네요현수가 조그마한 입으로 오물거리며 잘도 받아먹는다. “월남에서 별일 없었지춘심이 금옥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네 잘 지내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연락 왔어요춘심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2달전 무순에게서 편지가 온 후로 아무런 소식이 없어 금옥의 마음은 지쳐가고 있었다.

 엄마 월남이 멀어현수가 동그란 눈으로 금옥을 올려보며 이야기한다. “멀지, 배 타고 아주 한참가야 해” “아빠는 좋겠다. 배도 타고, 나도 타고 싶은데현수가 입을 삐죽이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금옥은 현수를 꼭 안았다. “할머니도 배 타고 싶은데 현수가 할머니 배 태워 줄 꺼지?” 춘심과 금옥의 얼굴에 웃음이 퍼졌다.

큰오빠는 잘 지내시죠? 새언니는 어때요금옥이 이제서야 자신 입에 육개장을 한 숟가락 넣으며 묻는다. “잘 지내지, 유미가 새엄마하고 좀 서먹한 거 같아 좀 그런데, 잘 하겠지!” 춘심이 서둘러 말을 마무리한다. “큰 올케가 갑자기 그렇게 되고,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에요, 좋은 분 같더라고요금옥은 큰 오빠 아내 안숙희가 작년 6월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던 때를 떠올렸다. 임신 중이던 금옥은 장지에도 가보지 못했다.

대구가 서울 보다 더 추운 것 같아춘심이 끓여 놓은 숭늉을 가지러 부엌으로 나서며 이야기한다. “여기가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춥고 그래요금옥이 자고 있는 현기 위로 이불을 끌어 올리며 대답한다.

 

엄마 어때요?” 현우가 빨리 감상평을 말해 보라는 듯 금옥을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맛있네금옥이 차돌 육개장 국물을 어설픈 숟가락질로 연거푸 떠 먹으며 말한다. “여기 잘하네, 맛집 맞구만현수가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닦으며 말한다. “오늘 점심값은 누가 내나?” 현수가 식당 메뉴 가격표를 보며 이야기한다. “형이 사는 거 아니야?” 현우가 배시시 웃는다. “얘가 얘가현수가 어이없다는 듯 따라 웃는다. “엄마한테 돈 있어금옥이 주머니에서 곱게 접혀진 5만원권을 꺼내 놓는다. 현수가 재빨리 5만원을 들더니, “그럼 2개 포장해 갑시다. 선희가 육개장을 엄청 잘 먹는데, 여기요 차돌 육개장 2개 포장해 주세요현수 목소리가 우렁차게 식당 안에 퍼졌다.

현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금옥은 육개장을 먹는데 온 정신이 집중되어 있다. 육개장 국물이 매콤하고 걸쭉하다. 육개장 그릇을 들고 마시는 듯 숟가락질을 하고 있는데 현우가 말한다. “엄마 천천히, 꼭꼭 씹어 드세요순간 금옥은 입안에 들어온 육개장을 얼마나 씹고 있었는지 기억해 내지 못했다. ‘내가 씹었던가?’ 뜨거운 육개장 국물이 금옥의 입 천장을 헐게 만들었지만, 금옥은 뜨거운 육개장 국물과 고기를 빠르게 삼키고 있었다.

 

<2화 끝, 3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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