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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3부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5

by 조랑말림 202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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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금옥은 무순과 아들들이 이사한 강남 집으로 가기 위해 청담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10월 중순의 평일, 이른 오후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큰길을 따라 가면 쉽게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갈 수 있지만, 금옥은 골목길인 뒷길로 우회하는 길을 택했다. 혹시나 빚쟁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현수 생일이 모레니까, 미역국이나 끊여 놓고 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 금옥은 무순이 준 강남 아파트 열쇠를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걷는다.

중학교에는 잘 적응하고 있겠지?’ 중학교 1학년이 된 첫째 현수의 중학교 입학식에도 가보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한스럽다. 골목길을 지나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서자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파트 앞에는 주차된 자동차가 몇대 보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다. “또각또각구두소리가 아파트 벽에 반사되어 크게 들린다. 오랜만에 신어보는 구두가 새끼 발가락을 자꾸 누르며 아프게 한다. 아픈 발가락을 애써 무시하며, 금옥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파트 1층 입구로 들어가려 던 찰라 누군가 큰소리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김금옥!”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신림상가 옆 건물에서 정육점을 하는 박사장 부인 오순자가 일행과 함께 10미터 뒤에서 소리치며 뛰어온다. 간담이 서늘해진 금옥은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오순자가 달려오는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뛰었다. 금옥과 계모임을 같이 했던 오순자가 무순이 이사한 강남 아파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순자는 동생 인자와 함께 4구좌나 곗돈을 냈었기 때문에, 금옥에게 9개월간 매달 꼬박꼬박 갖다 준 돈이 350만원을 조금 넘는다. 계모임 거의 마지막 순번으로 두어달 만 더 있으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금옥이 종적을 감춰 버리는 바람에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버렸다.

거기 안 서, 이년이순자의 두툼한 손이 금옥의 머리채를 잡아 챈다. 뒤 늦게 따라온 인자도 합세하여 금옥의 팔을 잡는다.

오언니, 아니 ~ , 이거 왜금옥이 뒤로 쓰러질 듯 머리가 뒤로 휘청거린다. 팔을 뿌리치며, 벗어 나려 몸부림을 치며 금옥은 꿈에서 깨어났다.

우악스러운 년금옥이 혼잣말을 하며 500ml 생수통을 입으로 가져간다. 방이 좀 쌀쌀하다는 생각을 하며, 금옥은 다시 이불을 추스르며 자리에 누웠다.

 

여보세요, 형이 왠일이야, 전화를 다하고현우가 현기의 전화를 받고는 묻는다. “어 잘 있나 해서! 물어볼 것도 있고현기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로 들리는데, 기분이 좋은지, 목소리가 조금 들떠 보인다. “뭔데, 나 바빠 일하는 중이야현우가 귀찮다는 듯 무심하게 묻는다. “다음달 큰형한테 돈 얼마 보낼꺼야?” “… …, 10만원, 아빠 기제사 때문에 그러는 거지? 10만원, 형은 알아서 하시고현우가 전화를 빨리 마무리하려는 듯 서둘러 이야기한다. “그거 우리가 보내야 하냐?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큰형이 앞으로는 다 알아서 하기로 했잖아!” “몰라, 돈 잘 버시는 분이 왜 그래. 아 그리고 형, 혹시 엄마하고 돈 거래하는 거 있어?” 현우가 취조하듯 쏟아 붙인다. “어 엄마가 투자하라고 해서 조금하고 있지 왜?” 현기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버지가 엄마하고는 돈 거래하지 말라고 했는데, 조심하세요. 얼마나 투자했는데?” 현우의 목소리가 주의를 의식하듯 낮아졌다. “천만원 드렸는데, 이자로 매월 70만원씩 받고 있어, 벌써 다섯달째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와, 너도 투자해현우는 현기가 전화한 이유가 이자 잘 받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인 것을 알아챘다. “잘 받고 있다니 다행이네, 하여튼 잘 알아보시고, 뭐 있으면 문자 보내시고, 나 사무실 들어가 봐야 해요. 다음에 통화해요현우는 전화를 끊고, 사무실 쪽으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별일 없겠지현우는 금옥과 현기의 돈 거래가 걱정되었으나,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도 이제 일흔이 넘으셨으니, 잘 하시겠지 ~~’

 

아니, 돈을 주세요. 돈을현기가 검은색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 입고, 금옥 옆에 앉아 재촉하듯 금옥에게 이야기한다. “기다려! 준다니까!” 금옥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자 이제 들어가서 절하고 끝냅시다.” 현우가 창밖을 바라보다가, 마루 쪽으로 몸을 돌려 말한다. 오늘은 무순이 죽은 지 6년째되는 기제사날로 금옥과 현수가 같이 살고 있는 풍덕천 아파트에 현기, 현수가 새벽부터 찾아왔다.

금옥은 마루에 앉아 있고, 무순의 아들 삼형제와 큰며느리 박정미, 손녀 선아, 선희가 안방으로 다시 들어가, 절을 하고 기제사를 마무리했다.

현기가 안방에서 나오면서, 금옥을 보자 다시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서 언제 주실 건데요, 지난달도 준다 준다 하면서 그냥 지나갔잖아요?!” “물건만 팔리면 정리해 줄 테니까, 기다려

금옥은 예전에 일했던 부천 한식당 주인이 소개한 보석 투자에 돈이 물려 있었다. 처음에는 사파이어, 진주,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며 이익이 많이 생겼는데, 밀수해 온 다이아몬드에 대한 감정서가 가짜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판매가 뚝 끊어진 것이다. 사 놓은 보석류는 많은데, 판매가 이뤄지지 않자 돈이 돌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일부 다이아몬드는 금옥이 구매한 가격보다 가치가 없는 경우가 있어, 큰 손실이 발생했다. 무순이 갑작스럽게 죽으면서 남겨 놓은 돈 2천만원과 둘째 현기가 초기 투자한 1천만원, 6개월 뒤에 다시 투자한 3천만원을 포함해서 총 6천만원이 팔리지 않는 보석에 묶여 있었으며, 그 보석들의 실제 가치는 3천만원이 안되는 상태였다.

 

이제 끝났으니 가라현수가 현우와 현기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가야지, 형 갑시다.” 현우가 현기를 바라보며 말하자, 현기는 현수를 쳐다보며 말한다. “엄마하고 이야기가 끝나야 가지. 그래서 언제 주실꺼에요현수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커졌다. 금옥이 고성을 지른 현기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으나,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얘가 어디서 소리를 질러현수가 현기에게 다가서며 윽박지르듯 말한다. 현기도 물러서지 않고 대꾸한다. “? 내가 뭐, 못할 말 했어. 치겠다? 어디 한번 쳐봐.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 ! 갑시다. . 새벽부터 싸우지 마시고현우가 현기의 팔을 잡고 현관 쪽으로 당기며 이야기한다.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다.” 금옥이 현기를 바라보며 말한다. “다 내 잘못이야” “그런 말하지 마시고, 언제 돈 줄 지만 얘기해요현기의 목소리가 현관 밖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현기가 현우에게 끌려 마지못해 현관문을 나섰다. “너는 왜 끼어들어현기가 구두를 질질 끌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으면서 이야기한다. “엄마하고 돈 거래하지 말라니까?! 그래서 얼마나 투자했는데?” 현우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왜 니가 줄꺼야?” 현기는 분을 삭이지 못했는지, 가뿐 숨을 몰아 쉬며 현우를 바라본다.

  1층에서 내려요, 형은 차가지고 왔지? 운전 조심해서 하시고현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이야기한다. 현기가 마지못해 대답한다. “그래 가라

 

현기, 현우가 급하게 빠져나간 현관 앞에 서 있던 금옥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큰며느리와 손녀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창피하고 민망해서 제대로 고개를 들 수조차 없다. 아직 제사용 선향 냄새가 가득 남아있는 방으로 돌아오니 먼저 간 무순이 원망스럽다. ‘왜 그렇게 빨리 가셨어!’ 금옥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금옥은 옷 소매로 눈물을 닦아보지만, 터져 나온 눈물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efan Keller님의 이미지 입니다.]

 <5화 끝, 6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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