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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1부

최씨네 가족 이야기 1_1

by 조랑말림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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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은 강물과 같이 흘러 간다. 불안, 열등감, 초라함을 간직한 채로

 

출생 설화

 

 나는 1969년에 한국에서 태어났다. 1969년 한국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 200달러(USD) 시대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으며, 동남아에서 콜레라가 퍼져 들어와 괴질 환자가 속출하고, 저 멀리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전쟁(1960 ~ 1975)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나의 엄마는 세번째 임신을 하시고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오신 아버지 함께 그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고민하던 시기이다. 1960년대 한국은 산아제한(출산의 제한 및 조절) 정책에 사활을 걸었던 시기로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1970년대에는 4인 가족이 '정상 가족'으로 간주되는 '두 자녀 가정'을 정착하려 노력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시절에 20여년 간의 직업군인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던 아버지와 3, 1살 두아들이 있는 상황에 세번째 임신을 한 29살의 엄마는 그 세번째 임신을 마냥 축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두분은 세번째 아이를 낙태하기로 결정한다. 그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세번째 아이의 낙태는 정부의 정책과도 맞고, 앞으로의 험난한 육아를 피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부모님의 고민의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1969년 봄 어느날 엄마는 세번째 아이를 낙태하기로 결정하고 병원을 예약했다.

 여기서 우리 둘째형이 등장한다. '최현기' 어려서부터 예민하고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형. 어릴때는 약골 중에 약골이었으나, 국민학교 시절 녹용 과다(?) 복용으로 중학생이후는 우량아로 거듭난다. 아니 우량아를 넘어서 비만이 된다. 어린 시절 둘째형은 예민하고 까탈스런 성격으로 엄마가 안아주거나 업어주어 야만 곤한 잠에 빠졌는데, 한순간 엄마의 부재가 느껴지면 우렁차고 화를 돋우는 목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다. 아주 귀청이 떨어진다. 난 아직도 내가 2 ~ 3살 전후였던 그때, 내 바로 옆에서 울고 있는 둘째형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손도 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시절에 평화로운 낮잠을 방해하는 둘째형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몸을 움찔 움찔했지만, 그 짧은 팔, 다리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세번째 임신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아니 세번째 아이를 지우기 위해, 봄 햇살 좋은 날 엄마는 1살 어린 아이를 업고 길을 나섰다. 첫째는 외할머니가 돌보기로 했을 것이지만, 손만 놓으면 동네가 떠나갈 듯 울어대는 둘째는 어찌할 수 없었으리라.

 병원에 도착하고 예약을 확인하고 수술실에 들어서려는 그때 '최현기'가 사단을 낸다. 그가 목청을 다해 울어 재기는 것이었다. 간호사들이 어르고 달래고 안아주고 흔들었겠지만 '현기'는 세상 마지막인 것처럼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엄마의 고막을 강하게 타격하자 엄마는 덜컥 겁이 났다고 했다. 마치 저 수술실을 들어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공포심이 엄마를 감쌌다. 유난히 하얀색 페인트가 잘 칠해진 수술실 문이 마치 저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같았다고 ... ... 그 당시 낙태로 인해, 아니 열악한 병원 시설과 장비 탓에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괴담도 엄마의 뇌리를 스쳤을 것이다. 그 길로 엄마는 둘째를 받아 들고 병원을 나왔다. 배속의 아이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미동도 없이 두근두근 심장 소리만 내고 있었다.

 그해 가을 서울 신림동에서 최씨 셋째 아들이 태어났으니 그것이 바로 나 '최현우'.

 그것은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우연이었을까?

 앙칼진 아이의 울음, 새하얀 수술실 문, 병원에 대한 불신, 우연이 모여 운명이 된다면, 이런 일들이리라.

 그 해 가을 태어난 최씨 셋째 아들은 마치 무슨 문제가 있으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 것을 감지라도 한 듯 분만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그냥 쑥 나왔다'

 그것은 세 번째 출산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였겠지만, 엄마는 나에 대한 임신과 분만에 대한 과정을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러 번 반복하여 말씀하셨다. 당사자가 뻘쭘하게 듣고 있는데도 말이다.

 

<1화 끝, 2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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