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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1부

최씨네 가족 이야기 1_7

by 조랑말림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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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아버지께서는 약 20년 동안 군대에 계셨다. 시작은 6.25전쟁 학도병이셨지만, 직업군인으로 복무를 하시다. 내가 태어나던 해에 예편하셨다. 그래서 나는 사실 아버지가 군복을 입고 계신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남아있는 흑백 사진 속에서만 확인했을 뿐.

 내가 군대를 가야 되는 시기가 되자, 난 아버지처럼 장교로 복무하고 싶어졌다. 짧기는 했으나 유학 준비를 한다며, 대학교 2, 3학년 시기를 보낸 것도 사병으로 복무하기 싫은 이유였다. 그 당시는 보통 대학교 1 / 2학년 때 군대를 빨리 마치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는데, 너무 나이 들어서 군대에 가면 각종 서러움 받을 일이 많아진다는 것과 빨리 군대를 다녀온 뒤 취업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의무복무인 군대에 대하여 고민하던 나는 대학교를 마치고 학사장교로 군대를 가기로 결심했다. 학군단(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도 지원해 볼까 생각해 봤는데, 큰형이 학군단을 하면서 얼차려나 구타 당하는 것을 보고는 맘에서 완전히 지웠다.

 대학교 4학년 겨울, 졸업이 목전인 상태에서, 나는 서울 병무청을 찾아 육군과 공군 두 곳 모두 학사장교 지원서를 제출했다. 군대는 가야하고 자립도 하고 싶었던 나에게 장교 지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웠다. 체력과 운동 능력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던 나는 육군 학사장교에 선발되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군 학사장교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공군 학사장교 시험에 총력을 기울였다. ..수 시험과 체력 TEST, 최종 면접까지 까다로운 과정이 공군 학사장교 선발 과정에 있었다. 육군 학사장교도 선발 시험 치렀는데, 시험을 위해 경상북도 영천까지 혼자 다녀오기도 했다.

 육군 / 공군 학사장교 관련 TEST를 모두 마치고 먼저 합격 발표되는 곳으로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공군에서 먼저 소식을 알려 왔다. 유학을 가려고 준비했던 영어 공부가 도움을 준 것도 같고, 20년간 육군에서 복무한 아버지의 후광도 면접에 도움을 준 것이리라.

  공군 학사장교 필수 복무 기간은 40개월로 육군 학사장교보다 4개월 가랑 길었지만, 행정 처리가 주 업무라는 이야기를 듣고 4개월 정도는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공군에서 경리장교를 담당했다.

 공군 학사장교에 선발된 후, 입대를 위해서 더욱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입대 2 ~ 3달 앞둔 시점부터는 매일 아침 자전거를 끌고 운동을 나갔다. 

 그때가 1994년 겨울이었는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황리(?)에 마치기 위해 나라에서는 한강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했었기 때문에 올림픽대로와 한강 사이 산책길과 조깅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우리집에서 한강 산책길로 가는 10여분간의 골목길만 조심해서 지나가면, 탁 트인 한강과 잘 조경된 한강 둔치에서 아침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겨울 아침, 포근한 이불을 떨쳐내고 일어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지만 ''하고 상쾌한 겨울 아침 공기를 마시기 위해 매일 아침 7시 자전거를 끌고 운동을 나갔다.

 그렇게 운동을 두달 정도 한 어느날, 잠수교 앞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옛 국민학교가 그리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굳이 우회하며 국민학교 언덕길로 올라 겨울방학이라 텅빈 학교 앞을 자전거로 지났다.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았던 국민학교 시절, 그저 운동장에서만 울분을 토해 내듯 공을 향해 뛰고 또 뛰었던 시절을 생각하니 맘이 조금 울컥했다. 국민학교를 지나 언덕길 아래로 내려가며 나도 모르게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골목에서 뭐라도 튀어 나오면 큰일이 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더욱더 페달에 힘을 주었다.

 엄청난 속도로 언덕을 내달렸으나, 아침 골목은 조용했다.

 속력이 최고조에 달하던 자전거는 내리막 언덕이 끝나는 사거리에서 사고를 만났다. 사거리 옆에서 오는 자동차와 최고 속도로 언덕을 내려오는 자전거가 덜컥 걸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덜컥' 걸렸다. 아마 자전거 앞 바퀴나 뒷바퀴에 자동차 정면이 부딪쳤다면 자전거와 사람이 튕겨나가며 상상하기 싫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전거 옆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자동차 번호판이 절묘하게 끼이면서 자전거와 자동차 모두 멈추었다.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보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주효했으리라.

 자전거와 자동차는 멈추었으나, 나는 멈추지 못했다. 내 몸은 자전거를 떠나 허공으로 던져졌으며, (말 그대로 누군가 던진 것처럼 자전거에서 '' 튀어 올랐다.)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한가지 생각 뿐이었다.

'얼굴로 떨어지면 안 된다'

난 본능적으로 목을 당겨 몸을 둥글게 하려고 했다. 그 순간 누군가 나를 바쳐주는 것 같았다.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쓰으윽"

 등으로 떨어진 나는 어느 곳 하나 다친 곳이 없었으며, 겨울 차디찬 콘크리트 길바닥을 뒹군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겉옷 어디에도 흠집이 없었다. 툭툭 털고 일어나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운전사는 나를 보고 병원에 가자고 했으나, '죄송합니다'란 말만 남기고 그 곳을 벗어 났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조상님.

나는 그날,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계시는 것을 알았다.

 그 사고(?) 혹은 사건이 있었던 날 입었던 패딩점퍼를 입고, 1995 3월 난 진주에 있는 공군훈련소로 입대를 했다.

<7화 끝, 8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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