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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2부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9

by 조랑말림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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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 , ~~

불꽃놀이 폭죽이 사이공강 위를 비추며 떨어진다.

전쟁 중에도 폭죽 놀이를 하다니 ,… …’ 무순은 말보로를 입에 물고 커피잔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베트남 파병 사령부 2층에 있는 지원대 사무실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저녁 9시를 넘긴 거리는 어둠과 쓸쓸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 ‘폭죽 소리인가폭죽 소리보다 큰 굉음과 함께 땅이 울린다.

다시 한번 굉음 소리가 나더니, 회색 연기가 피어 오른다.

폭발이다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경보음이 사령부 전체를 감싼다.

~ ~

소령님 기습이 있는 모양입니다지원대에 같이 근무하는 한대위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오며 외친다.

그래, 여기까지는 별 일 없겠지?” 무순이 걱정과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를 한다.

따르릉, 따르릉전화가 울리자 한대위가 받아 든다.

지원대 한대위입니다. 헬로,디스이즈 캡틴한 스피킹, 위아 낫 언더 에니 어택 히어.”

아이 갓 잇. 아이 테퍼니틀리 언더스탠드

누구야, 뭐래한대위가 전화를 끊자 무순이 빚 독촉하 듯 물어본다.

네 미군 사령부 정보대 부사관인데, 시내에서 베트콩하고 교전이 발생했답니다.저는 지원대장님께 보고 드릴 테니, 소령님은 비상시 가지고 나갈 주요 서류 분류 부탁드립니다.”

~ 그래, 다녀와무순은 모자를 챙겨 나가는 한대위 뒤통수에 말을 흘렸다.

무순은 자신이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생각하며, 서류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무순은 미군과 간단한 대화는 가능했으나,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튀어나오거나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미군들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한대위가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이 생기기도 했다.

축 늘어진 어깨를 애써 움직이며 무순은 분류된 서류를 휴대용 가방에 옮겨 넣었다. M16 소총 소리와 AK47 자동 소총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요란하게 울린다.학도병으로 운산에서 중공군에 쫓기던 생각이 갑자기 들자, 무순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베트남의 1월 밤은 한국의 7월보다 더운데도 말이다.

 

베트콩은 19681월 음력 설을 맞이하여 베트남 여러 도시에서 대공세를 펼쳤다. 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에도 공격이 진행되었는데, 사이공 한복판에 있는 미대사관에 베트콩이 침입하여 미해병과 교전을 벌였다. 대사관에 침입한 배트콩은 새벽녘 모두 진압되었지만, 배트콩 RPG 유탄발사기에 맞아 구멍 난 대사관 벽 만큼이나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전쟁이 우리 바로 앞까지 밀려들어 왔던 것이다.

 

어 여기학도병 동기인 전준기 중령이 손을 들어 최무순을 부른다. 갑종장교 임관을 무순보다 1년 먼저 한 전중령은 무순보다 6개월전에 베트남에 왔다. 전중령은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베트콩 소탕 작전에서 전공을 세워 무공훈장까지 받았으며, 지금은 파병 사령부 감찰대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바쁘신 분, 얼굴 뵙기가 힘듭니다." 무순이 웃으며 농을 던진다.

"바쁘기는 다 할일 하는 거지, 웬일이야 연락을 먼저 주고, 이제 좀 적응되셨나?" 전중령이 맥주를 잔에 따르며 이야기한다.

희미한 조명이 맥주의 거품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술집 안에는 2 ~ 3 테이블만 사람들이 앉아 있고, 대부분의 조명은 비어있는 테이블과 의자만 비추고 있다.

"뭐 적응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무순이 웨이터에서 맥주 1개 더 주문하며 대답을 한다.

"여긴 더운 게 참 적응이 안돼, 정신 한번 차리게 찬바람이 ''하고 불어주면 좋겠는데, 알지 그 고향에 겨울 아침 바람 말이야" 전중령 고향은 무순보다 더 북쪽인 평안북도 자성이다.

평안북도 깡촌 출신 두명이 베트남까지 와서 이렇게 마주앉아 있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라 생각하며 무순은 맥주를 마셨다. 시원하게 한 모금하고 맥주 병을 쳐다보니 타이거라고 써있다. '베트남 맥주인가? 맛이 좋네'

"감찰대대장님이 이런데 와 계셔도 되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기분이 좋은지 무순의 얼굴에 장난끼가 보인다.

"시찰하는 거지. 사고 예방도 좀 하고, 요즘은 무공 세우려고 장난치는 선수들이 있어서 골치가 아파. AK47을 암시장에서 사와 가지고 베트콩 잡았다고 후라이를 쳐" 전중령이 주위를 한번 쓱 살피면서 이야기한다.

"AK47을 팔아, 암시장에서?" 무순이 놀란 듯 묻는다.

"고장 난건 데, 전투 중에 파손되었다고 하면 확인하기도 어렵고, 하여튼 별별 인간이 다 있어" 전중령이 입구로 들어서는 군인들을 쳐다보며 말한다.

"그래 ~~, 9월 되면 귀국하려고" 무순이 준기를 똑바로 쳐다본다

"벌써, 일년도 안되었잖아!"

"일년 채우고 가는 거지, 들어가면 예편하려고"

"왜 뭔일 있어? 계획은 있구"

"아니 뭔일은, 진급도 안되고, 똘똘한 후배는 올라오고, 이제 나가서 내길 찾아 가야지" 무순은 중령 진급 대상으로만 3년째 남아있었다.

"그래 너는 잘할 꺼야. 들어가면 제수씨한테 안부 전해 주고"

"중령님은 열심히 해서 별 다셔야지. 고지가 보이는데" 무순의 말에 전중령이 씩 웃는다.

무순과 준기가 잔을 기울여 가볍게 부딪친다. 맥주잔 속에 맥주가 베트남의 여름 날씨처럼 흐느적거린다. 술집 스피커에서는 루이 암스트롱의 'Hello Dolly'가 꿈에서 듣는 것처럼 아득하게 귓가를 맴돌다, 어둠 속으로 살며시 사라진다.

“'Hello Dolly ~~”

 

<9화 끝, 10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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