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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2부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1

by 조랑말림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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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동 공장

 무순이 근창이와 함께 일하던 세운상가를 떠난 것은 1980 6월로, 세운상가에서 일 한지 26개월이 지나서였다. 무순은 세운상가에서 일하는 동안 저축한 돈으로 오류동에 땅을 사고 공장을 지었다. 당시 오류동에는 여기저기 공장이 들어서며, 공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었으며, 무순은 군대에 납품용 장비 제조 공장을 세웠다. 회사 이름을 대양상사로 짓고 5명의 공장 직원들을 선발하여, 공장을 가동했다. 공장 설립 초기에는 군대에 있을 때 알았던 인맥을 바탕으로 총기함 납품 계약을 체결하여 일감을 확보했고, 조금씩 공장 운영에 요령을 터득하자, 지방에 있는 군 부대를 직접 찾아가 예비군용 콘테이너식 숙소, 조립형 군수품 보관 창고 등에 대한 계약을 따내며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그 계약들은 5 ~ 6개월의 단기적인 일감일 뿐, 장기적/지속적 매출을 확보해 주지 못했다. 납품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행정업무를 보는 회사 직원을 포함하여 공장 직원도 늘려 직원수가 총 12명이 되었으나, 매달 공장 운영비와 직원 급여를 지급하고 나면, 남는 돈은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었다. 무순은 군대와의 납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비닐하우스 제작 및 설치, 종이박스 제조까지 사업을 확장시켰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운영 자금과 장비 구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업자금 대출을 받았다. 빚을 지며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무순은 사업이 마음처럼 잘 굴러가지 않는다고 느꼈다. 하루 종일 공장 관리와 행정 업무에 매달리다가 녹초가 되어서 퇴근하는 자신이 안쓰러워 보였으나, 회계 장부에 빨간 글씨는 매달 단위가 증가하고 있었다.

 

무순이 공장을 정리하던 날, 하늘은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을 듯한 날씨로 구름이 하늘에 갇혀있는 듯 보였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주고받지 못한 미수금과 창고에 쌓여 있는, 계약 취소된 종이박스가 무순의 발목을 잡았다. 공장직원들을 하나 둘씩 내보내며 퇴직금을 정산해 주고, 공장에 있던 장비, 제품들을 헐값에 넘기고 나니, 자신이 2년반 동안 모아 쏟아 부은 자본금은 7년만에 제로가 되었고, 대출금만 남았다. 다행히 공장 부지를 처분하니 대출금을 갚고도 6천만원이 남았다.

! 땅 장사나 할 걸, 복부인들이 왜 그렇게 아파트며, 땅이며 보러 다니는 줄 알겠다.’ 무순은 열심히 사업에 몰입한 자신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사업은 망했는데 공장 땅 값이 7년만에 거의 10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북쪽에 아버지, 어머니는 잘 계실까? ’공장 팔아 남은 돈을 고금리예금에 넣어두고, 은행을 나오면서 무순은 생각했다.

 오늘을 아이들 하고 중국집에 가야겠다.’ 오른쪽 밑창이 다 닳아 약간 기우뚱거리는 구두를 터덜터덜 끌며 무순은 집으로 힘빠진 다리를 옮겼다.

 

 다녀오셨어요현우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연다.

 형들은?” 무순이 구두를 벗고, 양복 자켓을 쇼파 위에 놓으며 말했다.

 글쎄요, 요즘 늦게 와요, 큰형은 학군단 들어가서 바쁘다며 얼굴도 잘 못 봐요, 작은형도 신입생이라고 술 많이 먹고 다니던데 … …”

 그래, 현수, 현기 모두 대학생이 되었으니 나름 바쁘겠지무순은 잠시 생각하더니 현우에게 말한다. “저녁 먹으러 나가자, 중국집 좋지

 네 저는 뭐현우가 외식하러 가자는 아버지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머뭇거린다.

오늘은 졸업식이나 입학식 같은 행사가 있는 날도 아닌데 외식을 하자니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버지의 표정이 밝아 걱정스럽지는 않았다.

현우는 아버지와 단둘이 중국집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으니 신기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작은형이 알면 뭐라 할 텐데, 자기 빼고 맛있는 거 먹었다고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난자완스라는 처음 보는 요리를 맛보자 천국이 따로 없다 싶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현우는 무순이 먹는 속도를 눈치 봐 가며, 난자완스를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다.

짜장면도 먹어요? 아빠

 그래 시켜야지, 여기 간짜장 2개 주세요무순이 뒤쪽을 돌아보며 외친다.

오늘은 복권 맞은 날이다.’ 현우는 간짜장을 보자 입꼬리가 올라갔다.

 천천히 먹어무순이 간짜장을 비비면서 이야기한다. “아빠가 어디 좀 가려고 해

출장 가세요?”

아니, 해밀도라고 저기 남해에 있는 섬인데, 양식업을 해보려고

공장은 요현우가 짜장면을 입안에 가득 넣은 채로 말한다.

공장은 정리했어, 제고가 너무 많이 쌓여서, … … 그 공장장 하던 박씨 아저씨 알지, 그 아저씨 친구가 해밀도에서 양식업하고 있는데, 같이하자고 해서 두달 정도 다녀올께. 형들하고 잘 지낼 수 있지, 집에 일하는 아줌마를 일주일에 3번 오라고 했으니, 집안일은 그 아줌마가 도와줄 꺼야. 현우도 이제 고2가 되었으니 공부 열심히 해야지

 ~ 현우는 무순이 남쪽 섬으로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듣자, 입맛이 확 사라졌다. 엄마도 없는데 아버지마저 없다니, 현우는 허겁지겁 먹어 치운 간짜장 그릇을 바라보며, ‘운수 좋은 날의 결말이 서글펐다는 생각을 했다.

현우는 그 날 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꾸룩, ~소리를 내는 아랫배를 누르며, 술 냄세 풍기는 작은형을 피해 책상 밑 어둠 속으로 자신을 계속 밀어 넣고 있었다.

<11화 끝, 12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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