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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2부14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4 소쩍새 무순은 이북오도청에서 동화경모공원 묘원 분양 신청을 하고, 구기터널 삼거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간암 시술을 처음 받고 나니, 자신의 묘자리를 미리 구해 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때마침 북쪽이 보이는 파주 언덕에 묘원을 조성해서 실향민들에게 분양한다는 공고를 접했기 때문에, 서둘러 이북오도청에 들러 묘원 신청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무순 손에는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가 들려 있었는데, 8월쯤 진행한다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서류를 넣어보라며, 이북오도청 행정 직원이 챙겨준 서류였다. 무순은 신청서를 손에 꼭 쥐고 버스에 올랐지만, 아직 어찌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살아 계실까? 만날 수 있을까?' 무순은 요즘 급격히 힘이 빠지고, 욱신욱신 쑤시기까지 하는 오.. 2023. 3. 30.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3 미국, 이민, 아르헨티나 “고모부 여기요, 여기” 김수명의 첫째 딸 유미가 무순을 보며 손을 흔든다. 무순이 뉴욕 JFK 공항 출국장을 나오며 환하게 웃는다. “오래 기다렸어? 잘 지냈고?” 무순이 유미를 보며 다정스럽게 이야기한다. “네 그럼요, 여기는 제 남편 서경수 에요, 여기서는 제임스라고 불러요” 유미가 옆에 서있는 키가 크고, 순하게 생긴 남자의 팔을 “툭” 치며 이야기한다.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 무순과 경수는 악수를 했다. 무순은 경수의 손이 따뜻하다고 느꼈다. “반가워요, 고맙고” “고모부, 가면서 이야기해요, 한 4시간 가야 해요” 유미가 무순의 바퀴 달린 트렁크를 받아 끌면서 씩씩하게 앞장선다. “가방도 주세요” 경수가 무순이 매고 있는 가방을 도와주겠다는 듯 손을 내밀자, 무.. 2023. 3. 28.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2 해밀도, 양식업 “텅 텅 텅 퉁” 어선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무순의 귀 전을 때린다. 오래된 안강망 어선을 개조한 듯 보이는 박흑수 사장의 배는 3월의 잔잔한 남해 바다를 거침없이 가르며 나아간다. 시원한 바다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것도 잠시, 멀미약까지 먹은 무순의 배 속이 울렁거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여수에서 출발한지 1시간가량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잠이 쏟아진다. 선장실 뒤편에 마련된 선원실로 찾아 들었다. 선원실로 들어가는 무순을 바라보던 박사장이 괜찮냐고 묻는다. 무순은 씩 웃으며, 손을 한번 휘 젓고는 선원실 바닥에 몸을 뉘었다. 무순의 나이 54, 북쪽 산촌에 있다가, 남쪽 섬 마을까지 가다니, ‘인생 참 길다’ 이런 생각을 하며 누워 있는데, 실제 나이는 무순보다 2살.. 2023. 3. 27.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1 오류동 공장 무순이 근창이와 함께 일하던 세운상가를 떠난 것은 1980년 6월로, 세운상가에서 일 한지 2년 6개월이 지나서였다. 무순은 세운상가에서 일하는 동안 저축한 돈으로 오류동에 땅을 사고 공장을 지었다. 당시 오류동에는 여기저기 공장이 들어서며, 공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었으며, 무순은 군대에 납품용 장비 제조 공장을 세웠다. 회사 이름을 ‘대양상사’로 짓고 5명의 공장 직원들을 선발하여, 공장을 가동했다. 공장 설립 초기에는 군대에 있을 때 알았던 인맥을 바탕으로 총기함 납품 계약을 체결하여 일감을 확보했고, 조금씩 공장 운영에 요령을 터득하자, 지방에 있는 군 부대를 직접 찾아가 예비군용 콘테이너식 숙소, 조립형 군수품 보관 창고 등에 대한 계약을 따내며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그 계약들은 5 .. 2023. 3. 23.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0 빚잔치, 보증, 세운상가 “주택 담보 대출 받으시려면 보증인이 있으셔야 합니다.” 은행 남직원이 사무적 말투로 나지막이 말한다. “주택 담보인데 보증인이 필요합니까?” 무순은 격앙된 감정을 나타내지 않으려 최대한 천천히 물었다. “네 보증인이 없으시면 대출이 안되요. 지난번에도 설명 드린 내용입니다.” 직원이 볼펜을 내려놓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을 마감한다. 무순은 대출 서류를 챙겨서 서울은행 본점을 나섰다. 눈앞에 플라자호텔이 웅장하게 서있다. ‘누구한테 부탁을 하지?’ 무순은 난감했다. 엊그저께 수원 사는 금옥 외사촌 오빠에게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고 대출 보증을 부탁했는데 거절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금옥의 큰오빠인 김수명 소령이 급사했을 때와 장모님 돌아가셨을 때 뵈었던 터라 잘 알지는 못했지만, ..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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