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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최씨네 가족 이야기_3부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1

by 조랑말림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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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늙어간다는 것과 잊혀진다는 것 

당신은 모르실 거야

2020년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813만명이며, 이중 치매 환자 수는 84만명으로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10.3%이다. 노령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치매의 원인 질환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환 세가지는 알츠하이머, 혈관성, 루이소체이며,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아직까지 계발되지 못했다. 단지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약물로 질환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치매가 유전적 질환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며,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는 부계보다는 모계 유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진행성 뇌 질환인 이 질병을 가진 환자 중 일부에서 환청, 환시, 후각 환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월이 흘러 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 ~~”

금옥은 신림상회 상가회 사람들 20여명이 모여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회식을 하고 있는 자리에서 혜은이의 노래 당신은 모르실 거야를 부르고 있다. 무순은 금옥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불렀던가 생각하며, 애매하게 박수로 박자를 맞추고 있었지만, 왠지 금옥의 박자가 빠른 것 같다.

한잔해, 최사장맞은편에 앉아 있던, 3층 당구장 허사장이 소주를 들며, 무순에게 내민다. “군대에 오래 있었다고무순은 몇번 보지도 못한 사이인데 친한 척을 하며 반말을 하는 허사장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상가회 총무이고, 나이도 3살 많은 허사장에게 술을 받으며 이야기한다. “, 20년 근무했습니다.” “제수씨가 장사도 잘하시고, 성격도 좋아허사장이 금옥을 한번 올려 보더니, 무순을 쳐다보며 씩 웃는다. 무순이 한 번에 쭉 술잔을 들이키고는 허사장에게 내민다. 허사장이 술잔을 받아 들며 말한다. “계모임 하신다고?” “… …” 무순이 아무 말도 없이 허사장만 쳐다보자, 허사장이 크게 한다 던데, 이야기 못 들었어.” 허사장이 노래 부르고 있는 금옥을 다시 한번 더 올려 본다.

금옥이 노래를 마치자, 박수와 장단 맞추던 젓가락 소리가 맹렬한 기세로 울려 퍼진다. 어디선가 한 곡 더 부르라는 소리가 들렸으나, 금옥은 무순 옆에 살며시 앉았다. 금옥의 얼굴이 술 때문인지 노래 때문인지 약간 붉게 물들었다.

 

왜 나한테 이야기 안 했어?” 무순이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걱정 말아요, 그 상가에 친한 사람들하고 작게 하는 거에요.” 금옥이 별일 아니라는 듯 방 등 스위치를 끄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한다. 무순이 다시 스위치를 켰다. “크던 작던 이야기를 했어 야지, 돈 놀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무순이 옆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과 장모를 생각하며 목소리를 낮췄지만, 흥분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당신한테 피해 줄일 없으니 걱정 말아요금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하라고 이야기를, 어떻게 된 거고, 뭘 하고 있냐 말이야무순이 이불 속에 들어가다가 말고 앉아 있는, 금옥의 어깨를 잡고 앞뒤로 세차게 흔든다. 금옥이 무순의 손을 어깨에서 때어내기 위해 허공으로 휘젓는다.

무순의 손이 떨어지자, 금옥의 상체가 뒤로 휘청하며 눈을 떴다.

꿈인가!’ 금옥은 방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다. 방 등을 켜자 정리 안된 옷가지들이 금옥 잠자리 위에 펼쳐져 있고, 금옥 옆에는 비어 있는 1.5L, 500ml 생수통 다섯개와 물이 들어있는 500ml 생수통 한 개가 놓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위로 향하니 증명사진을 확대한 듯한 무순의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아까는 젊어 보이더니, 나이가 많이 들었네금옥은 60살은 넘어 보이는 무순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몇 시쯤 되었을까?’ 금옥이 베개 밑에 있는 손목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4시 좀 넘었네, 새벽인가 오훈가이런 생각을 잠깐 했는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이건 무슨 냄새 지금옥이 허리를 온전히 펴지 못하는 구부정한 자세로 금옥 방 맞은편에 있는 손녀 선아, 선희 방문을 열었다.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와 희미하게 선아, 선희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기 구나금옥이 킁킁거리며, 선아, 선희 방에 들어서더니, 옷들이 잔뜩 걸려있는 행거 쪽으로 거침없이 걸어간다. 금옥이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을 하나씩 빼내며, 코에 가져다 댄다. 그러더니 바닥으로 툭툭떨어뜨린다.

선아가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깬 것은 금옥이 선아, 선희 방에 들어선지 20분 정도 지난 후였다.

할머니?, 할머니! 뭐 하세요인기척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선아가 방에 불을 키며 말한다.

여기서 걸레 썩은내가 나, 걸레 썩은내, 뭘 가져다 놓은 거야?” 금옥이 계속 옷을 코에 가져다 대며 날카롭게 이야기한다.

할머니 새벽 5시도 안 됐어요, 주무시고 내일 찾아보세요선아가 금옥의 손에서 옷을 뺏으려 하자, 금옥이 손을 뿌리치며, 선아를 노려본다.

넌 누군데, 여기있냐? 빨리 나가! 왜 여기 있는 거야금옥이 악을 쓰며 소리를 친다. “할머니 저 선아에요 선아, 왜 그러세요 정말, 어제도 그러시더니, 새벽마다 이러시면 어떻게요!!” 선아가 울먹이면서 침대에 풀썩 앉는다. 옆에서 깨어난 선희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엄마, 들어가 주무세요현수가 부시시한 얼굴로 건넌방에서 나타나더니, 난데없이 금옥의 손목을 힘차게 잡아당긴다. “아 아파, 이놈이 엄마를 때려금옥이 현수의 팔뚝을 손톱으로 긁자 현수의 팔뚝이 붉어진다. “그만하세요, 그만현수가 소리치며, 금옥의 양팔을 잡고 힘을 써서 문 밖으로 끌고 나간다. 금옥은 버텨보려 하지만, 기력이 딸려 문 밖으로 밀려 났다.

 자요, 좀 자, 새벽마다 이러지 마시고, 나 출근해야 한다고현수는 금옥을 금옥방으로 밀어 넣은 뒤 금옥의 방문을 닫고 돌아섰다. 팔뚝에는 금옥의 손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소리에 뒤늦게 잠에서 깬 현수 아내 박정미가 현수의 팔뚝을 보며 놀란다. “어머니하고 싸웠어요?” “싸우기는 … …” 정미가 소독을 위해 빨간약(머큐로크롬)을 상처 부위에 바르자, 찌릿한 아픔에 현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러나 현수의 팔뚝 상처보다 팔순인 금옥과 54세인 현수의 마음 속에 더 큰 상처가 생겼다. 서로를 향한 원망이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201911월 초순의 서슬퍼런 아침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1화 끝, 2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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