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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33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2 육개장 “엄마 저 왔어요” 현우가 금옥의 방문을 열며 금옥에게 말한다. “어 그래, 오랜만이네, 여기 앉아” 금옥이 덮었던 이불을 걷고, 앉으며 이야기한다. “아니 오늘 병원 가시는 날이잖아요. 준비하세요. 10시까지 가야해요. 시간 없어요” 현우가 재촉하듯 빠르게 이야기한다. “아 ~~ 그래, ~~알았어, 씻고 나올께” 금옥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며 이야기한다. “네 저는 마루에 있을께요” 현우가 금옥의 방을 나와 쇼파로 향했다. “오늘 니가 모시고 다녀오면 안 되냐?” 현수가 두툼한 패딩 점퍼를 걸치며 현우에게 말한다. “혼자 병원 모시고 가기 힘드시다고 해서, 온 거잖아요. 같이 가야지, 왜 그래요?” 현우가 생뚱맞은 이야기를 한다며 타박하듯 쏘아붙인다. “아니 그냥 한번 해본 말이야, .. 2023. 4. 5.
최씨네 가족 이야기 3_1 3부 : 늙어간다는 것과 잊혀진다는 것 당신은 모르실 거야 2020년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813만명이며, 이중 치매 환자 수는 84만명으로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10.3%이다. 노령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치매의 원인 질환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환 세가지는 알츠하이머, 혈관성, 루이소체이며,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아직까지 계발되지 못했다. 단지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약물로 질환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치매가 유전적 질환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며,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는 부계보다는 모계 유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진행성 뇌 질환인 이 질병을 가진 환자 중 .. 2023. 4. 3.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4 소쩍새 무순은 이북오도청에서 동화경모공원 묘원 분양 신청을 하고, 구기터널 삼거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간암 시술을 처음 받고 나니, 자신의 묘자리를 미리 구해 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때마침 북쪽이 보이는 파주 언덕에 묘원을 조성해서 실향민들에게 분양한다는 공고를 접했기 때문에, 서둘러 이북오도청에 들러 묘원 신청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무순 손에는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가 들려 있었는데, 8월쯤 진행한다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서류를 넣어보라며, 이북오도청 행정 직원이 챙겨준 서류였다. 무순은 신청서를 손에 꼭 쥐고 버스에 올랐지만, 아직 어찌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살아 계실까? 만날 수 있을까?' 무순은 요즘 급격히 힘이 빠지고, 욱신욱신 쑤시기까지 하는 오.. 2023. 3. 30.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3 미국, 이민, 아르헨티나 “고모부 여기요, 여기” 김수명의 첫째 딸 유미가 무순을 보며 손을 흔든다. 무순이 뉴욕 JFK 공항 출국장을 나오며 환하게 웃는다. “오래 기다렸어? 잘 지냈고?” 무순이 유미를 보며 다정스럽게 이야기한다. “네 그럼요, 여기는 제 남편 서경수 에요, 여기서는 제임스라고 불러요” 유미가 옆에 서있는 키가 크고, 순하게 생긴 남자의 팔을 “툭” 치며 이야기한다.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 무순과 경수는 악수를 했다. 무순은 경수의 손이 따뜻하다고 느꼈다. “반가워요, 고맙고” “고모부, 가면서 이야기해요, 한 4시간 가야 해요” 유미가 무순의 바퀴 달린 트렁크를 받아 끌면서 씩씩하게 앞장선다. “가방도 주세요” 경수가 무순이 매고 있는 가방을 도와주겠다는 듯 손을 내밀자, 무.. 2023. 3. 28.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2 해밀도, 양식업 “텅 텅 텅 퉁” 어선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무순의 귀 전을 때린다. 오래된 안강망 어선을 개조한 듯 보이는 박흑수 사장의 배는 3월의 잔잔한 남해 바다를 거침없이 가르며 나아간다. 시원한 바다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것도 잠시, 멀미약까지 먹은 무순의 배 속이 울렁거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여수에서 출발한지 1시간가량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잠이 쏟아진다. 선장실 뒤편에 마련된 선원실로 찾아 들었다. 선원실로 들어가는 무순을 바라보던 박사장이 괜찮냐고 묻는다. 무순은 씩 웃으며, 손을 한번 휘 젓고는 선원실 바닥에 몸을 뉘었다. 무순의 나이 54, 북쪽 산촌에 있다가, 남쪽 섬 마을까지 가다니, ‘인생 참 길다’ 이런 생각을 하며 누워 있는데, 실제 나이는 무순보다 2살..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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