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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33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1 오류동 공장 무순이 근창이와 함께 일하던 세운상가를 떠난 것은 1980년 6월로, 세운상가에서 일 한지 2년 6개월이 지나서였다. 무순은 세운상가에서 일하는 동안 저축한 돈으로 오류동에 땅을 사고 공장을 지었다. 당시 오류동에는 여기저기 공장이 들어서며, 공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었으며, 무순은 군대에 납품용 장비 제조 공장을 세웠다. 회사 이름을 ‘대양상사’로 짓고 5명의 공장 직원들을 선발하여, 공장을 가동했다. 공장 설립 초기에는 군대에 있을 때 알았던 인맥을 바탕으로 총기함 납품 계약을 체결하여 일감을 확보했고, 조금씩 공장 운영에 요령을 터득하자, 지방에 있는 군 부대를 직접 찾아가 예비군용 콘테이너식 숙소, 조립형 군수품 보관 창고 등에 대한 계약을 따내며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그 계약들은 5 .. 2023. 3. 23.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0 빚잔치, 보증, 세운상가 “주택 담보 대출 받으시려면 보증인이 있으셔야 합니다.” 은행 남직원이 사무적 말투로 나지막이 말한다. “주택 담보인데 보증인이 필요합니까?” 무순은 격앙된 감정을 나타내지 않으려 최대한 천천히 물었다. “네 보증인이 없으시면 대출이 안되요. 지난번에도 설명 드린 내용입니다.” 직원이 볼펜을 내려놓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을 마감한다. 무순은 대출 서류를 챙겨서 서울은행 본점을 나섰다. 눈앞에 플라자호텔이 웅장하게 서있다. ‘누구한테 부탁을 하지?’ 무순은 난감했다. 엊그저께 수원 사는 금옥 외사촌 오빠에게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고 대출 보증을 부탁했는데 거절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금옥의 큰오빠인 김수명 소령이 급사했을 때와 장모님 돌아가셨을 때 뵈었던 터라 잘 알지는 못했지만, .. 2023. 3. 21.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9 베트남 “슝 ~ 펑, 슝 ~~ 펑” 불꽃놀이 폭죽이 사이공강 위를 비추며 떨어진다. ‘전쟁 중에도 폭죽 놀이를 하다니 ,참 … …’ 무순은 말보로를 입에 물고 커피잔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베트남 파병 사령부 2층에 있는 지원대 사무실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저녁 9시를 넘긴 거리는 어둠과 쓸쓸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쾅” ‘폭죽 소리인가’ 폭죽 소리보다 큰 굉음과 함께 땅이 울린다. “쾅” 다시 한번 굉음 소리가 나더니, 회색 연기가 피어 오른다. ‘폭발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경보음이 사령부 전체를 감싼다. “윙 ~ ~ 윙” “소령님 기습이 있는 모양입니다” 지원대에 같이 근무하는 한대위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오며 외친다. “그래, 여기까지는 별 일 없겠지?” 무순이 걱정과 짜증이 가득한.. 2023. 3. 20.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8 단란한 가정 최무순이 김금옥을 처음 본 것은 1963년 4월이었다. 무순이 경리장교로 중앙경리단에 배속 받아, 2년이 조금 지난 어느 봄날, 중앙경리단 외곽 경비를 맡은 헌병소대장 김수명 소령이 새로 들어간 집, 집들이를 하겠다며 평소 가깝게 지내던 북쪽 출신 장교들을 집으로 초대한 날이 무순과 금옥이 처음 만난 날이다. 금옥은 집들이를 하는 오빠와 올케를 도우러 오라는 오빠의 지시를 받고, 부엌에서 요리 하는 것을 보조 하고, 손님들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 일을 맡았다. 군인들이 모이는 자리라 가고 싶지 않았지만, 생활비며 용돈을 거의 큰오빠에게 의존하고 있는 입장에서 큰오빠의 말을 거절하기는 불가능했다. 김수명은 중앙경리단에 새로 전입 온 인사 장교 박대위와 여동생 금옥을 잘 연결해 볼 요량으로 박대.. 2023. 3. 16.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7 학도병, 후퇴 “쾅, 쾅, 쾅” “기습이다. 모두 일어나!! 이등중사 심하섭이 자고 있는 학도병을 흔들어 깨운다. 무순은 부시시 눈을 떴다. 꿈결에 고향 언덕에서 엄마 손을 잡고 어디론가 내려오고 있었던 것 같은데~~ “쾅, 쾅” 수류탄인지 박격포인지 알 수 없는 폭발음 소리가 바로 앞에서 터지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화들짝 몸을 일으켜 옆에 있는 학도병 동기인 준기를 찾았다. 준기는 몸을 웅크린 체 자고 있다. “준기야, 야! 야!” 전준기가 깜짝 놀라며 벌떡 몸을 일으킨다. “무슨 일 이야” “몰라, 나가자” 준기와 무순은 M1카빈을 손에 들고 막사를 뛰 쳐 나갔다. “후퇴하라, 후퇴, 본진으로” 심하섭 중사가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는 어둠 속에서 학도병과 사병들에게 소리친다. 학도병과 국군들이 우..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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