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가족 이야기 1_11
엄마 직장은 내 생활에 안정감을 확보해 주었다. 직장에 다니며, 딸 둘을 낳았고, 대출받아 집도 샀다. 아이들 양육비며, 대출금을 갚고 나면 저축이나, 노후 준비는 꿈꿀 수 없었지만, 마치 죽음이, 병듦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나는 안정감 속에 파묻혔다. 그런 안정감이 아버지의 작고로 한번 흔들리더니, 엄마의 치매 판정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엄마가 79세가 되던 해인 2018년, 엄마는 인지장애 즉 초기 치매 판정을 받으셨고, 81세 2020년에 치매 중기로 병세가 악화되었다. 두달에 한번씩 큰형이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서 치매 관련 진단과 약을 처방 받았지만,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약은 재깍재깍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엄마의 기억을 잡아 주지 못했다..
2023. 2. 28.
최씨네 가족 이야기 1_9
결혼 연인에게 군대라는 단어는 헤어짐, 이별, 재회, 고무신 등의 단어와 연결되곤 하는데 나에게 군대라는 단어는 주말 영화, 커피숍, 토요일 퇴근, 일요일 귀대 등의 단어와 연결된다. 내가 장교였기 때문에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가은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 때문에 가은이와 떨어져 있던 시기는 입대 후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약 4개월과 임관 후 특기 교육을 받던 4주가 전부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가은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깊어지는 시기였다. 특기 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을 때, 좀 더 빨리, 자주 가은이를 볼 수 있는 서울 근처 부대로 가고 싶어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오산 근처로 배치되었다. 오산은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는 학사장교 선/후배도..
2023.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