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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33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1 2부 :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유언 최무순은 죽었다. 2003년 7월 12월 오전 4시 10분. 어두운 하늘 군데군데 먹구름이 몰려있고, 추적추적 비 내리는 여름 새벽녘은 고요한 호수처럼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최무순은 비로소 삶에서 깨어나서 죽음으로 나아갔다. 의사의 사망선고를 듣고 있자니, 지나온 날들이 부질없다. 나이 60이 넘어 서부터는 가족에게 아픈 모습,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최대한 깔끔하게 인생을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허망하게 떠날 줄은 몰랐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인공호흡기를 기도에 꽃아 놓은 후로는 말도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마지막을 맞이했다. '내 장례식에 부를 친구들 연락처를 수첩에 적어 놓았는데, 찾을 수 있을.. 2023. 3. 1.
최씨네 가족 이야기 1_11 엄마 직장은 내 생활에 안정감을 확보해 주었다. 직장에 다니며, 딸 둘을 낳았고, 대출받아 집도 샀다. 아이들 양육비며, 대출금을 갚고 나면 저축이나, 노후 준비는 꿈꿀 수 없었지만, 마치 죽음이, 병듦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나는 안정감 속에 파묻혔다. 그런 안정감이 아버지의 작고로 한번 흔들리더니, 엄마의 치매 판정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엄마가 79세가 되던 해인 2018년, 엄마는 인지장애 즉 초기 치매 판정을 받으셨고, 81세 2020년에 치매 중기로 병세가 악화되었다. 두달에 한번씩 큰형이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서 치매 관련 진단과 약을 처방 받았지만,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약은 재깍재깍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엄마의 기억을 잡아 주지 못했다.. 2023. 2. 28.
최씨네 가족 이야기 1_10 아버지 나는 25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했다. 돌아보면 긴 시간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화살이 활 시위를 떠나 과녁에 맞을 때까지 날아다니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시위를 떠나는 순간이 출생이면 과녁에 맞는 순간이 죽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내가 맞이할 과녁이 뭔가 의미 있는 것으로 장식되어 있기를 바라보지만, 그저 흘러가는 세월 속을 걷다 보면 모두 덧없어 보인다. 내가 근무한 회사는 의료장비 부품을 만드는 제조 회사다. 중소기업이라 인원은 많지 않지만 70 ~ 80명 정도의 근무자가 출근해서 의료장비 부품을 만들고 선별하고 포장한 후 트럭에 실어 출하한다. 내가 맡은 업무는 행정 처리 업무였는데, 3년 정도 공군 경리장교 경험이 있던 터라, 큰 무리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약간의 어려운 점이 있.. 2023. 2. 23.
최씨네 가족 이야기 1_9 결혼 연인에게 군대라는 단어는 헤어짐, 이별, 재회, 고무신 등의 단어와 연결되곤 하는데 나에게 군대라는 단어는 주말 영화, 커피숍, 토요일 퇴근, 일요일 귀대 등의 단어와 연결된다. 내가 장교였기 때문에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가은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 때문에 가은이와 떨어져 있던 시기는 입대 후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약 4개월과 임관 후 특기 교육을 받던 4주가 전부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가은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깊어지는 시기였다. 특기 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을 때, 좀 더 빨리, 자주 가은이를 볼 수 있는 서울 근처 부대로 가고 싶어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오산 근처로 배치되었다. 오산은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는 학사장교 선/후배도.. 2023. 2. 22.
최씨네 가족 이야기 1_8 애인 40개월을 꽉 채우고 군대를 제대 한 후, 직장을 구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러 군데 시험을 보고 면접을 봤으나, 최종 합격 소식을 전해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가자 나의 자신감은 점점 바닥으로 향해갔고, 사람들 눈길 조차 피하고 싶은 초라한 마음이 되었는데, 이를 달래주는 이는 나의 여자친구 가은이 뿐이었다. 이가은. 가은이 하고는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소개팅 자리에서 만났다. 대학시절 나는 연애에는 별 관심이 없었으며, 결혼에 대해서도 비혼주의를 표명하기 바로 전단계 쯤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돈 때문에 혼란스러워진 집안 분위기를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도 싫었지만, 아버지조차 힘겨워하는 가정을 누군가와 같이 꾸려 나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렇게 여자친구도 없이 대..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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