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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이야기_소설33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6 편지와 동지 그리고 고모 ---------------------------------------------------------------------------------------------------------------------- 무순 보아라 경성에 있다는 전갈은 받았다. 몸 성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아바지와 오마니도 무탈하게 지내고 있다. 집안에 일이 생겨서 당장 너를 만나러 가지 못하니, 고모집에 가 있거라 - 대전부 중촌정 대종로 663-7 번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잠시 평양에 있는 숙자네 집에 머물고 있단다. 이곳 일 마무리되면 지팡이를 짚고 서라도 너를 찾으러 갈 테니 조금만 고모와 함께 지내도록 해라. 자그마한 비녀를 하나 보내니, 고모에게 전해 주도록 해라. 1946년 3월 .. 2023. 3. 13.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5 토지개혁 아니 수탈 최응수는 무순이 집을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순이가 집을 나갔다고 ... ...' 동네 친구들 집을 찾아가고, 뒷산 시냇가, 선산 근처에도 가봤지만, 무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무순을 앉혀 놓고 조용히 응수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 놨어야 했는데, 응수는 급한 마음에 본인만 생각하느라, 정작 중요한 무순의 맘을 챙기지 못한 것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 '이게 모두 다 무순을 위하고, 땅을 위하고,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인데 ... ..." 응수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두움과 적막함이 온 집안을 휘감고 있는 겨울밤, 아내 강희정은 아들 걱정에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린다. 다음날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약간 기운 시점에 근창이 엄마인 이서방 부인이 최응수 집을 찾아.. 2023. 3. 9.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4 경성 "순아! 너 장가가니?" 근창이는 웃자란 까까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내리며 무순에게 말을 건다. "... ..." "너 정혼한 사람 집에 왔다고 동네 소문 다 났어" "... ... 몰라" 무순은 퉁명스럽게 답했지만, 어제 별채에 온 색시가 본인의 정혼자인 것을 집안 사람들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최응수는 무순이 소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는 14살이 되자, 결혼을 시켜야겠다고 마음 먹고는 읍내에서 한약방 하는 현씨 둘째 딸을 데려왔다. 현씨에게는 납폐를 보낼 때, 쌀 20섬이 넘는 폐물을 같이 보냈다. 1945년 8월 일본인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며, 조선은 광복을 맞았다. 일본이 빠져 나간 자리에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국이 들어왔다. 소련군과 함께 한국독립군도 같이 들어왔고, 광복을 .. 2023. 3. 7.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3 한글과 단오 "한글?? 무슨 수업이지" 근창이 혼잣말을 하듯 무순을 쳐다본다. 소학교 3학년이 되자 무순과 근창은 같은 반이 되었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으니 2년만이다. 소학교 한 학년에 단 2개반만 있었으니, 올해 아니면 내년에 같은 반이 되는 것은 이상하지도 않다. 무순도 근창을 바라보며, "글쎄"하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 때 교실 앞문이 열리며, 검정 두루마기를 입은 선생님이 나타났다. 선생님인 것을 직감한 반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친다. "키오츠케" 검정 두루마기를 입은 선생님이 손사래를 치며 "앉아요" 한다. '일본말이 아니고 조선말이다.' 무순은 갑자기 긴장했다. '학교에서 조선말을 쓰다니' "인사는 내가 먼저 하지" 선생님은 칠판에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썼다 '김훈.. 2023. 3. 6.
최씨네 가족 이야기 2_2 창씨개명과 단지 평안북도 강계군 화경면 고인동. 최무순의 고향이다. 북쪽에는 강남산맥, 동쪽에는 낭림산맥, 서/남쪽에는 적유령산맥이 둘러싸고 있어, 사방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 강계다. 해가 산에서 떠서 산으로 지며, 내륙 깊숙이 자리한 고원지대는 이른 아침마다 뼈가 시릴 정도의 추위를 여름 한때를 제외하곤 일년 내내 지속시킨다. 강남산맥과 적유령산맥 사이를 독로강이 흘러 압록강으로 들어가며, 이 독로강은 숭적산에서 발원하여 북동쪽으로 흐르는 화경천과 합류한다. 이 화경천 주위에는 하천변에 퇴적하는 토사가 쌓여 이루어진 평야가 있어 논농사가 가능했는데, 이 평야의 9할이 최무순의 아비 최응수의 것이었다. 최응수가 그 아비한테 물려 받은 이 땅은 최씨네가 12대째 소유하고 있는 평야로, 강계 지역 쌀..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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